스리랑카 방문 시 언어 문제
스리랑카에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시는 스님이 없기 때문에, 와하라까 테로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외국어 학습이 필수인 상황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고, 우리가 이 기간에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더욱 드문 일입니다. 이 소중한 기회를 붙잡기 위해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다른 도반들이 이 기회를 붙잡을 수 있도록, 외국어 학습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간단히 하려고 합니다.
영상을 먼저 꼭 보시고 글을 읽어주세요. 스티븐 크라센 교수의 이해할 수 있는 입력 개념을 잘 설명해주는 영상입니다. 한국어 자막이 있으므로 자막을 키고 보시면 됩니다.
언어 학습의 핵심은 자신의 눈높이에 맞아서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경험을 주는 상황에 자신을 최대한 많이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외국어로 된 컨텐츠를 보다가 단어가 갖는 의미가 잘 드러나는 맥락을 가진 상황이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그 맥락이 마음에 스며들듯이 이해가 됩니다. 그렇게 맥락을 흡수하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먼저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경험을 주는 컨텐츠를 찾고, 그것을 꾸준히 계속해서 보고 익히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러면 소리와 맥락이 귀에 익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귀가 트이는 경험을 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원래 첫 문턱을 넘는 게 제일 어려운 법입니다. 그 문턱을 넘고 나면 하나 둘 들리는 게 생기면서 점차 힘을 받아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단어를 전혀 알지 못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 단어 카드를 쥐고 나오지 않아도 언어를 익히듯, 원래 인간에게는 주어진 상황 맥락을 알아듣는 힘이 있습니다. 물론, 평소에 이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충분한 시간만 들이면 누구나 해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내가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를 기다려주고, 바뀔 수 있도록 계속 자신에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모든 학습의 핵심은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스스로를 기다려주고, 도중에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건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을 들여야 성과가 나타납니다. 가령 어떤 사람의 경우, 단기적인 성과를 보면 신이 나서 더 공부를 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런 스타일의 사람이라면 단어장을 사서 공부하거나, 말해보카 같은 앱을 구독해서 매일매일 새로운 단어를 배운다는 성취감을 기반으로 공부를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관심 갖고 있는 컨텐츠를 더 깊게 파기 위해 언어를 공부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주 관심사를 지렛대 삼아 언어를 꾸준히 공부해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이렇듯 어떤 자신이 언어를 배우기 위해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직접 부딪쳐보고 시행착오를 겪는다면, 방법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할 때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마음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건 자신의 무지를 직접 상대하는 일입니다. 자신이 뭔갈 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것이 싫어서 거리를 둘 수도 있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실제로 공부가 되는 길보다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길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것 역시 그럴 수 있습니다. 누구나 무지 앞에서는 연약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진리를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실패를 피하려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작지만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딛으며, 다시 내딛기를 반복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미 어느샌가 배우는 습관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자리 잡히게 됩니다. 마치 자전거를 처음 탈 때는 중심을 잡기 어렵지만, 일단 한 번 중심을 잡는 감각을 익히고 나면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가듯이 말이죠.
결국 언어 학습에서 필요한 것은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귀를 기울이려고 하는 태도와 그 마음을 꾸준히 내는 습관뿐입니다. 이것을 도울 수 있다면 단어장을 사서 외우든, 자막 없이 콘텐츠를 보든, 무엇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그 과정에서 또 예상치 못하게 깨닫는 바가 있을 겁니다.
한국에 계시는 도반들께서 스님을 직접 뵙고 법문을 들으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